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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소재한 메르세데스 벤츠 본사 바로 옆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은 자동차 탄생부터 현재까지 127년 역사를 시대별로 기록해 놓은 곳으로 유명하다. 총 9층, 1만6,500㎡ 면적에 완성차 160대를 포함해 전시품 1,500점이 마련된 공간이다. 이 곳은 자동차 역사 흐름을 한 눈에 알려주는 산실이자 과거를 통한 미래 엿보기를 자극하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주요 전시는 시대 순으로 구성됐다. 더불어 전시 컨셉트는 박물관 건축 양식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UN스튜디오 건축가 벤 판 베르켈과 캐롤라인 보스가 설계한 인테리어는 유전 정보가 담긴 DNA의 이중 나선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밝혀낸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생명과학 혁명의 단초를 마련한 것처럼 박물관 또한 자동차 역사의 한 축이 되기를 원했던 셈이다.
입장권 구입 후 안으로 들어가면 특별한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우선 벤츠의 상징인 '은색'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단순한
엘리베이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컨셉트는 '시간 여행'이다. 이른바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에 해당된다. 관람객들은 타임머신에 올라
단숨에 자동차가 탄생하기 직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타임머신은 관람객을 박물관 꼭대기인 8층으로 안내한다. 전시가 시작되는 연대는 1886년, 칼 벤츠가 '특허 1호차'를 내놓은
시점이다. 이후 이중 나선 구조를 따라 두 개의 전시 코스를 경험하게 된다. 구분은 시대와 주제에 따라 달라진다.
주전시 코스인 레전드 룸은 메르세데스-벤츠 역사를 시대별로 서술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5개의 주제로 나뉜 컬렉션 룸은 벤츠
제품을 주제별로 구분해 놓거나 컬렉션 등을 소개한다. 관람 중간 언제든 두 코스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박물관 내부에 직각 구조가 없다는 점이다. 모든 벽면과 천장, 램프와 기둥은 아치 또는 유선형 구조로 이뤄져 있다.
각층의 구조 또한 물 흐르듯 이어진다. 때문에 레전드 룸을 내려가다 보면 직선의 긴 연대 그래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레전드 룸의 오른쪽은 전시물, 왼쪽에는 시대를 나타내는 역사적 사건이 배치돼 있다. 또한 자동차 기술 분야의 혁신적인 배경이 삽화로 설명돼 있다. 특징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전시 벽면을 자동차와 관련된 소재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첫번째 전시관은 1886년부터 1900년을 담았다. 주제는 '선구자들-자동차의 발명'이다. 최초 자동차로 역사에 등장한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주 무대에 있다. 두 번째 전시(1900-1914년)는 '메르세데스-브랜드의 탄생'이다. 전시 한 켠에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의 유래를 모니터를 통해 설명한다.
설명에 따르면 1900년대 초반 다임러에서 만든 자동차는 차체가 높고 무거워 경주용차로 인기가 없었는데, 이를 걱정한 고틀리프 다임러의 처남이자 판매 대리인이었던 에밀 옐리네크가 다임러에 차체가 낮고 힘 있는 차 30대를 주문했다. 다임러는 에밀이 요청한 30대를 1년 만에 만들어 납품했고, 에밀은 이 차에 딸 이름인 '메르세데스'를 붙였다. 이후 다임러가 공급한 경주차가 니스 경주를 휩쓸면서 '메르세데스' 인기는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1926년 메르세데스는 벤츠와 함께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세번째 주제(1914-1945년)는 '변화의 시간-디젤과 수퍼차저'다. 현재에도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 등장한 시대를 그리고 있다. 네 번째(1945-1960년)는 '전후의 시대, 기적-형태와 다양성'이다.
2차 대전 이후 자동차 문화의 폭발적인 성장을 담아냈다. 이어 다섯 번째(1960-1982년)는 '이상가들-안전과 환경'이다.
자동차 역사에 의미있는 안전 기능과 환경 기술 등을 소개한다. 여섯 번째는 '새로운 시작-제로 에미션 모빌리티'로 친환경 기술에
대한 벤츠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레전드 룸에 나란한 두 번째 관람 코스인 컬렉션 룸은 5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우선 여행자 갤러리에서 다양한 벤츠를 만날 수 있고, 캐리어 갤러리는 다양한 캐리어와 자동차 운반차를 볼 수 있다.
조력자 갤러리는 일반차가 아닌 다목적차, 소방차 등을 볼 수 있다. 현재 가장 활발히 이용되는 벤츠의 다목적차 '우니목'이 전시장 한 켠을 자리잡고 있다.
셀러브리티 갤러리나 영웅들의 갤러리도 마련돼 있다. 이 공간에서 가장 인상 깊은 차는 바로 요한 바오로 2세가 탑승했전 의전용 차다.
두줄기의 전시는 '실버 애로우-레이스와 기록'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이곳에는 유명 드라이버와 함께 두 대의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이 직접 벤츠 모터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 시뮬레이터의 경우 4유로를 내면 이용할 수 있다.
벤츠의 전설적인 W125와 함께 태양열 자동차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의 마지막은 '기술의 매혹' 코스가 장식한다. 800㎡ 면적에 자동차의 현재와 미래를 구성해 놓았다. 벤츠의 현재와 비전과 사명, 성과 등도 표현돼 있다. 전시관 중심부와 주변을 이중 유리 벽으로 만들어 관람객이 벽 앞에 서면 스크린에 전시품과 배경 정보를 투영한다.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강점이다. 우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미니 투어링 레이스는 미케닉 코스 경험 등을 할 수 있고, 박물관
클럽을 생일 파티에 활용 할 수 있도록 무료 제공한다. 오는 4월12일까지는 슈투트가르트 쳄버 오케스트라 연주도 들을 수 있다.
인류의 유구한 역사에 비춰볼 때 사실 자동차의 역사는 매우 짧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자동차가 변화시킨 삶의 폭은 엄청나게 크다.
거리의 장벽을 허물었고, 이동의 편리함을 제공했다. 반면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오염 문제도 가져왔다. 그래서 자동차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것과 같다. 시대별로 발전한 모습을 보며 미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어서다.
벤츠 박물관은 누구나 찾는 곳이다. 그런데 관람객 중에선 엔지니어가 꽤 많다고 한다. 과거에서 미래 기술 영감을 얻어가려는 셈이다. 그래서 자동차 미래 기술을 예측하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야 할 곳이 아닌가 한다.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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